“생선과 고기의 중간쯤 되는 맛 짭짤하고 독특해”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돔배기의 어원은 토막토막 베어 먹는다고 해서 돔배기 또는 돔베기라고 한다. 국어사전(표준어)에는 돔배기로 표기되어 되어 있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를 염장해서 숙성한 것으로 제사의 경우 찜, 탕요리를 하거나, 넓은 절편만으로 꼬치산적을 굽는 경우가 많다. 돔배기는 생물이 없고 냉동된 것만 있다.
돔배기는 경상도 지역의 향토음식으로 알려져 있는데 대구광역시, 포항시, 영천시, 경주시 등의 경상북도 동남부 지방과 안동시 등 북부 지방 일부, 부산광역시나 울산광역시 등 영남권 일부 지역에서 많이 먹는다.
돔배기의 주거래 시장인 영천 지역에는 문내동에 2개소의 도매상이 있는데, 이 도매상을 바탕으로 영천의 전통 시장에는 20여개의 소매상이 돔배기를 취급하고 있으며, 전국 소비량의 50%인 500톤 정도가 영천에서 거래된다고 한다.
영천 전통 시장 내 어물전 돔배기 상인들은 전통적인 상어고기 갈무리법과 간 맞추기 비법으로 상어고기 감칠맛을 독특하게 해 전국 적으로 명성을 떨쳐 왔다. 영천 전통 시장 상인들은 50여년 대를 이어 돔배기를 취급해 온 상인들로, 돔배기를 만지고 맛을 내는 비법을 대를 이어 전수해 옴으로써 오늘의 명성을 얻게 된 것이다.
돔배기는 식당이나 일반 가정에서의 평소 식사 때의 반찬보다는 제사음식으로 많이 소비되는데 이지역의 토박이들 사이에서는 제사상에 꼭 올려야만 하는 귀한 음식으로 취급된다. 제사에 돔배기를 올리는 집에서 제사 후 음식을 음복하면 제사음식 중 보통 돔배기의 맛을 평가하는 이야기가 가장 먼저 나올 정도이다. 돔배기 맛은 짭짤하고 육질이 생선과 고기의 중간쯤 되는데, 맛이 독특하여 선호도가 다양하다 .
돔배기는 상어 고깃덩어리를 두께 1~1.5cm두께로 단순히 썰어서 쪄내는 음식으로 육질이 부드럽다. 구워내면 살이 단단해지는데 기름기와 연골이 적당히 있으면 쫄깃해진다. 상어는 연골어류긴 하지만 씹는 맛이 색다른 생선으로 상어의 종류뿐 아니라 상어의 부위에 따라서도 맛에 차이가 난다. 돔배기 맛은 상당히 짜면서도 쫄깃하며 염분을 제외한다면 닭가슴살을 능가하는 다이어트 식품으로, 소금간한 돼지고기(특히 앞다리살)와 고등어 소금구이를 반반 섞어놓은 중간 맛이 난다.
돔배기는 상어고기라서 품질에 따라 좀 미묘하게 암모니아 냄새가 날수 있는데 예민한 사람들에게는 거부감이 들 수도 있다. 상어나 가오리, 홍어와 같은 연골어류는 체내에 요소(urea)를 축적하는데 죽으면 체내의 요소가 분해돼서 암모니아가 되며 또한 제조과정에서 약간의 발효과정을 거치기 때문이다. 따라서 돔배기를 제대로 다루는 색다른 기술이 상어를 전통적으로 이용해 왔던 지방에서는 자연스럽게 전수되어 왔다. 돔배기 맛은 홍어에 비해 냄새와 맛이 훨씬 약하지만 일상에서 흔히 먹는 음식과는 달리 특유의 맛과 냄새가 있으므로 사람에 따른 호 불호의 선호가 다양하다.
한의학에서는 상어를 ‘교어(鮫魚)’라고 해서 오장을 보하는 효능이 있고, 특히 간과 폐를 돕는 작용이 강해서 피부 질환이나 눈병에 많이 이용되었다. 우리 몸의 오지(五志) 가운데 혼(魂)이 저장되는 간(肝)이며, 백(魄)이 머무는 곳간이 폐(肺)이고 보면, 돔배기가 간과 폐를 돕는 효능이 있음을 쉽게 알 수 있다. 특히 태음인(太陰人) 기질이 강하여 폐의 기능이 허약하고, 술을 많이 마시는 사람들에게 돔배기는 좋은 건강식품이 될 수 있다.
돔배기의 재료가 되는 상어는 300여 종에 이르는데 악상어, 청상아리, 귀상어, 별상어, 방언, 부산; 참상어) 의 4종 뿐으로, 청상아리는 고기가 부드럽고, 별상어(참상어)는 감칠맛이 나며 특히 귀상어로 만든 것을 ‘양지’라고 해서 제삿상에 올리는 최상의 음식으로 치는 바람에 귀상어의 씨를 말리고 있다.
상어는 바다어류 중 먹이사슬의 최상위에 있는 종이므로 체내에 중금속 함량이 다른 종에 비해 월등히 높다. 상어를 선호하는 경북 지역 주민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 타 지역 주민들에 비해 수은 섭취량이 월등히 높았다고 한다. 따라서 건강을 생각하면 돔배기를 먹지 말아야 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그러나 사실 돔배기라는 것이 일상적으로 자주 먹는 생선은 아니고 보통은 명절이나 제삿날에 먹을 정도의 귀한 음식이니 돔배기 섭취가 주원인은 아니라는 의견도 만만치 않다.
필자의 중학교 시절 지금은 고인이 되신 필자의 모친이 당시 대구에 사시던 모친의 조부님께서 작고하셔서 대구에 다녀오시는 길에 제사에 쓰시던 상어 고기(돔배기)를 가지고 오셨다. 어머님이 어렵게 먼 길에 들고 오신 그 노고가 너무나 송구하여 독특한 냄새를 참고 맛있게 먹었던 기억이 있다. 다 먹고 난후에야 조심스럽게(?) 그 냄새를 이야기 하니 바로 그 냄새가 상어고기의 특징이라고 하시던 어머님의 말씀이 기억난다.
http://www.chihak.co.kr/news/123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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