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령왕릉 청동거울 일괄(국보 제161호)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청동기 시대에 칼이 무력의 상징이었다면 거울은 얼굴을 보는 거울이 아니라 신과 교감하는 무구(巫具)였다. 그러던 것이, 주술적 사고가 사라지고 있던 삼국시대에 무령왕릉에서 다시 나타난 것이 의외였다. 이는 도교적 내세관이나 남조의 상장 의례에 영향을 받은 것으로 추정한다.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청동 거울은 청동신수경, 의자손수대경, 수대경의 3점이다.
청동신수경은 왕의 족좌 북쪽에서 발견되었는데 지름 17.8cm로, 3점 중 가장 작지만 많은 장식과 보존 상태도 가장 좋은 편이다. ‘방격규구신수문경’이라는 중국 후한의 거울을 모방하여 만든 것인데 여기서 ‘방격’이란 격자무늬를 말한다. 거울 뒷면에는 반나체 인물상과 글이 새겨져 있는데 이는 한나라의 거울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이다. 신선 사상이 표현된 문양이 나타나 있고, 가운데 원형의 고리를 중심으로 방형의 구획을 만들고 그 안에는 12개의 돌기가 돌아가며 돌기와 돌기 사이에는 12지의 글자가 새겨져 있다.
방형의 구획 밖에는 1명의 신선과 4마리의 짐승이 표현되어 있다. 신선은 상의를 벗고 하의만 입은 채, 긴 창을 들고 짐승들을 사냥하고 있는 듯하다. 네 마리 신수(神獸)들은 용, 기린, 호랑이, 사슴 등으로 보이나 분명하지는 않다. 신선과 짐승의 주위로 신선 사상이 내포된 명문이 돌아가며 있다. ‘상방에서 만든 거울은 참으로 좋아 옛날 선인들이 늙지 않았고 목마르면 옥 샘물을 마시고 배고프면 대추를 먹으며 쇠, 돌 같이 긴 생명을 누렸도다(尙方作竟眞大好上有仙人不知老渴飮玉泉飢食棗壽(如)金石兮)’라고 쓰여 있다.
의자손수대경은 왕의 머리 쪽에서 금뒤꽂이가 겹쳐진 상태에서 발견되었다. 지름이 23.2cm이고 중국 한 대의 수대경을 본 떠 만든 방제경(중국 한나라 등의 거울을 본 떠 만든 거울)이다. 거울 중앙의 꼭지를 중심으로 9개의 돌기가 있고, 그사이에는 작은 짐승을 표현하고 ‘의宜, 자子, 손孫 ’ 3자가 새겨져 있어 의자손수대경으로 불린다. 그 외곽에는 크고 작은 원과 7개의 돌기를 꽃잎무늬 위에 넣었다. 그사이에 7마리의 신수神獸를 조각하였고 내부 주위의 테두리에는 명문이 새겨져 있으나 선명하지 못하여 알아볼 수가 없다.
무령왕릉 출토 거울 중 가장 크며 가운데 고리 구멍에는 직물의 조각 끈이 부식된 채 붙어 있고, 차이나게 올라가 있는 테두리에는 톱니무늬와 물결무늬가 부식되어 새겨져 있다. 같은 거푸집을 사용한 거울이 일본 고분에서 발견되어 백제와 왜국과의 영향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중요한 자료가 되고 있다.
수대경은 길상구(吉祥句:운수가 좋으라고 새겨 넣은 문구)가 없고 짐승 형상만 새겨져 있는 거울을 말하는데 왕비의 관장식 아래에서 발견되었다. 지름이 18.1cm이고 둥근 고리 둘레에 9개의 작은 돌기를 배치하고 그 주위에는 빗금무늬 대와 소문 대를 계속해서 돌렸다.
외곽에는 7개의 돌기를 두고 그 사이에 4명의 신선과 3마리의 짐승을 하나씩 조각했다. 역시 한나라 때 만든 동물문양을 새겨 넣은 수대경을 본떠서 만들어진 방제경이다. 그러나 한나라 거울보다 선이 굵고 무늬가 정교하지 못하고 장식성에서도 세 개의 거울 중 가장 떨어진다. 테두리도 의자손수대경과 비슷하게 톱니무늬와 물결무늬(새끼줄 무늬)로 조각되어 있다.
이들의 발견으로 청동기 시대 권력의 상징으로 여겨졌던 청동 거울이 백제 무령왕 시대까지 이어져, 왕권의 상징물로 사용된 것이 확인되었다. 이 거울과 비슷한 거울이 일본에서 발견됨으로써 백제와 왜국과의 국제관계를 짐작하게 하는 중요한 유물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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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청동신수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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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손수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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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대경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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