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미술사에 영원한 우상, 우현 고유섭(1905~1944)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틈나는 대로 근대사에 우리 문화재를 지키려고 한 영웅들을 소개하고자 한다. 첫 번째로 선사시대부터 조선시대까지 전반에 걸쳐 고분, 건축, 불상, 석탑, 도자, 회화에 이르기까지 마흔 살의 짧은 생애였지만, 한국 미술사의 전 분야를 연구한 우현 고유섭 선생을 소개하고자 한다. 시대가 인물을 만들어낸다고 하였던가, 한국 미술사가 불모지였던 1928년 경성제국대 법문학부 미학 연구실이 세워지자 찾아온 조선 청년이 있었으니 그가 우현 고유섭이었고, 법문학부 철학과를 졸업하고 우리나라 최초로 미학 및 미술사 전공자가 되었다. 이후 한국 미술사의 개척자로 1933년 개성 시립박물관 관장에 부임하면서 본격적으로 민족적 기개를 펼치기 시작했다. 그의 글은 개성과 서울 신문에 끊임없이 실리기 시작하면서 조선의 지식층과 학생들에게 자부심을 심어주었다.
위창 오세창의 후계자
태생지가 강원도였다고 하는 고유섭, 그의 아버지는 대학 교육을 받았다고는 하지만, 생활은 넉넉한 편이 아니어서 소년기를 인천에서 보내고 보성고보, 경성제대를 졸업하기까지 처가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이후 학문 생활도 어려웠지만, 학자적 자세는 언제나 고고했다고 한다. 그의 목표는 한국 미술사의 완성이었기에 재정적 어려움 속에서도 민족애로써 극복해 나갔다. 위창 오세창의 뒤를 잇는 우현의 과학적인 한국 미술사의 연구는 사랑방 취미의 감상과 감식 위주였던 이전의 귀족주의 시대 미술사학의 종말을 뜻하는 것이었다.
한국 미술사학계의 우상
개성박물관장으로 있을 때 ‘고려시보’에 개성 일원의 고적을 조사, 소개하는 글을 쓰는데, 이 글에 심취한 개성에 살던 3인의 젊은이가 우현의 민족적인 미술사 연구에 감동되어 그를 계승하려고 제자가 되었다. 이것이 한국 미술사학의 여명이 되었고 그의 가장 큰 업적이 된다. 그들은 동경제국대학 재학생 황수영(동국대학교 총장, 국립중앙박물관장)과 메이지대학 학생 진홍섭(연세대 교수, 문화재위원회 위원장) 그리고 개성의 송도고보를 졸업하고 있던 최순우(미술사학자, 국립중앙박물관장)였는데 우현이 1944년에 40세로 요절한 후, 그들 모두 한국 미술사학의 전문가로 학계의 중심이 되었고 그들에게서 제3세대 제자들이 나오면서 오늘날 한국미술사학회의 초석이 된다. 그의 생애는 짧았지만, 그가 처음 연 한국 미술사 연구는 후배이자 제자들인 3인에게 이어져 체계적으로 연구됨으로써 그는 개척자로 남아 오늘날 한국 미술사학계에 우상으로 추앙되고 있다.
짧은 생애, 수많은 업적
우현은 짧은 생애에 믿을 수 없이 많은 연구 업적을 남겼는데 1930년부터 불과 10여 년 동안 학회지와 신문 등에 발표한 약 150편의 연구 논문, 유적조사 답사기, 연구 여화(餘話) 등 민족 문화재 보호를 위한 많은 글이 그것이었다. 그 외 다수의 미발표 유고와 조사 노트가 있었는데, 이것은 우현이 타계하면서 3명의 제자 중, 황수영 교수가 보관했다가 해방 후 순차적으로 출판되었다. ‘송도 고적 1946년’, ‘조선 탑파의 연구 1948’,‘조선 미술문화사 논총 1949’, ‘고려청자 1954’, ‘전별의 병 1958’, ‘한국 미술사급 미학 논고 1963’, ‘조선화론집성 상, 하 1965’이다. 이는 제자 3인의 스승을 기리는 헌신적인 협력의 소산물이었다.
우현 고유섭의 ‘조선 탑파의 연구’
미륵사탑이 목탑에서 석탑으로 변하는 시원 양식임을 밝혀낸 분이 우현 고유섭 선생이고 미륵사탑이 부여 정림사 오층탑으로 정리되고 이것이 신라의 의성 탑리 5층 석탑으로 전파되어 통일신라의 감은사탑과 불국사의 석가탑으로 발전하는 과정을 독특한 예술학적 양식론으로 논증하였다. 그것은 한국 미술사 연구에서 ‘양식사로서 미술사’의 길을 열어준 모범사례로 특히 그의 대표작인‘조선 탑파의 연구’는 우리 미술사의 고전이 되었다.
(‘한국문화재 수난사’ 이구열 지음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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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현 고유섭 선생 동상(인천시립박물관) |
http://www.chihak.co.kr/news/1736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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