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지바른 곳에 땅을 파고 앞쪽이 트이게 보금자리 마련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멧돼지는 멧돼지 과에 속한 가축화된 돼지의 조상으로 산돼지, 유라시아멧돼지, 야생돼지라고도 일컫는다. 영어로 wild boar 또는 wild pig로 불리며 학명은 Sus scrofa Linnaeus, 1758 이다. 이름의 어원은 순우리말로 산(山)을 뜻하는 뫼(메)와 돼지의 합성어이다. 따라서 산돼지라고 부르기도 한다. 본래는 유라시아·북아프리카·대순다 열도 등지 대부분의 지역에 분포하였으며, 사람들이 점차 호주· 파푸아뉴기니· 폴리네시아· 카리브 해· 사하라 사막 이남 아프리카 등으로 전파하여 전 세계적으로 가장 널리 분포하는 포유류 가운데 하나가 되었다.
멧돼지는 야생의 개체수가 매우 많으며 분포 지역도 매우 넓은 동물이다. 멧돼지과는 다른 우제류와 달리 먹이사슬의 중~하위권에 있어 천적들에게 많이 사냥 당하므로 번식력을 올리는 방향으로 진화하여 개체수도 많고 성장속도도 매우 빠르고 적응력이 뛰어나 현재로서는 멸종의 우려가 없는 수준으로, 외래종으로 도입된 지역에서는 늘어난 개체수 때문에 달갑지 않은 동물로 여겨진다.
멧돼지는 1990년까지 도합 16종의 아종이 밝혀졌고, 이 아종들은 서식지와 두개골, 누골 길이에 따라 다시 네 가지 부류로 나뉜다. 멧돼지는 암컷과 새끼들로 이루어진 모계 가족단위로 생활하며 장성한 수컷은 번식기를 빼면 홀로 지낸다. 오랜 인류의 역사를 통해서 인간과 매우 밀접한 관계에 있었던 동물로서 식량을 제공하는 주요 사냥감의 역할을 했고 일부는 가축화되어 집돼지가 되기도 하였으며, 신대륙 및 호주에서는 멧돼지와 집돼지의 교잡종이 생기기도 하였다.
멧돼지는 몸길이 최대 180cm, 어깨높이 0.45~1m, 몸무게는 50~300kg이다. 머리는 원뿔형으로 크고 몸과의 구별이 확실하지 않다. 네 다리는 짧고 가늘며 겉보기와는 달리 빨리 달린다. 몸색은 어두운 갈색에서 엷은 갈색에 이르기까지 변화가 많다.
멧돼지는 예리한 송곳니가 있는데 아래턱에 있는 송곳니는 일생 동안 계속 자라 큰 엄니가 된다. 엄니는 마치 칼날 같으며 적을 공격하거나 위험에 처했을 때 긴요한 무기가 된다.
멧돼지는 깊은 산, 활엽수가 우거진 숲 속에서 살기를 좋아하며 눈이 많고 추위가 심해지면 야산으로 내려오는 경우도 있다. 보금자리는 양지바른 곳에 땅을 파고 앞쪽이 트이게 입구를 파서 적의 공격에 대비한다. 과일과 나무뿌리를 먹고, 당근, 무, 오이, 호박, 배추, 버섯, 가지, 산나물까지 먹을 만큼 억척스럽다, 또한 벼, 보리, 콩, 옥수수 등의 작물을 즐겨 먹기 때문에 농가에 주는 피해가 막대하며 멧돼지 포획이 허가되어 있는 지역이 많다.
행동권은 지형에 따라 다르지만 4~8km, 때로는 30km 이상도 돌아다닌다. 헤엄을 잘 치며 수km의 강이나 해협을 헤엄쳐 건너는 경우도 있다. 시력은 나쁘나 청각과 후각이 발달해 있다.
멧돼지의 번식기는 1년에 한 번이고 교미기는 11월~1월 사이이다. 새끼의 엷은 갈색 몸에는 노란색과 흰색의 줄무늬가 수평 방향으로 몇 개 있어 보호색이 되고 있다. 이 줄무늬 모양은 처음 영구치가 나오는 생후 5개월 무렵 없어져서 어미와 같은 센털로 변한다.
한반도에서 멧돼지의 개체 수가 급격히 증가한 데에는 불곰, 호랑이, 표범, 스라소니, 늑대와 같은 포식자가 야생에서 전멸한 것과, 1990년대 말부터 진행한 지방 자치 단체의 산림, 녹지 복원 사업으로 인해 멧돼지의 서식 환경이 좋아진 것, 그리고 밀렵에 대한 단속이 강화된 것에 기인한다. 멧돼지 개체 수가 증가하면서 서식지와 먹이가 줄어들어, 번식기에 먹이 활동을 위해 도심 혹은 농가에 출몰하여 재산은 물론 신체상의 피해를 입히기도 한다.
멧돼지가 서울 도심에 출몰해 취객을 들이받고 추격대의 총에 맞은 상태로 한강을 건너 도주하거나, 청와대 부근의 청운중학교 운동장에 출현하기도 했다. 청와대에서도 멧돼지가 출현하고, 청와대 인근의 야산인 인왕산-북악산-북한산 주변에서 멧돼지가 출몰하는 걸 보는 것이 어렵진 않다. 북악산에 위치한 국민대학교는 매년 겨울 즈음 도서관 인근에서 멧돼지 무리가 유유히 걸어 다니는 것이 보일 정도이다,
대한민국 소방청의 자료에 의하면 2016년부터 2018년까지 멧돼지 포획으로 인한 소방대원의 출동 건수가 연 평균 3,338건에 이른다고 발표하였다. 멧돼지에 의한 피해를 막기 위해 지방 자치 단체에서는 매년 멧돼지 집중 포획 기간을 설정하고 엽사(獵師)를 동원하여 멧돼지 소탕 작전을 벌이고 있다.
요즈음 시중에는 멧돼지음식 전문점이 어렵지 않게 보이고. 멧돼지고기 또한 통신 판매로 쉽게 구할 수 있어 멧돼지 고기요리를 즐길 수 있다.
오래전 필자가 광주 조선치대에 몸담고 있을 시절 한겨울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사현 박사님 댁(서울치대 15회 졸업)에 저녁 식사에 초대받아 하루 저녁을 즐긴 일이 있었다, 지금은 고인이 되신 조영필학장님, 미국LA 에서 개업하고 있는 김학원 교수, 필자 등이 자리를 함께 하였는데, 그날 저녁 차림이 ‘지리산에서 조사현 박사님 지인이 사냥한 멧되지 넓적다리’ 구이였었다. 야생동물 특유의 냄새가 나리라는 예상과는 달리 전혀 냄새가 나지 않고, 물론 요리 방법의 비법이 있었겠지만…. 돼지고기에서 흔히 보이는 비개가 전혀 없는 담백한 맛에 연하기까지 해서 소금구이, 양념구이를 즐기던 기억이 있다.
http://www.chihak.co.kr/news/183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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