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제왕릉원(3) 의자왕릉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의자왕의 일생
백제 31대 의자왕(재위 641~660)은 본명이 ‘부여 의자’이고 무왕 33년(632)에 태자로 책봉되었으며 성품은 효자이고 형제간의 우애도 있어 ‘해동증자’라고 칭송되었으며“용감하고 결단력과 과단성이 있고 생각이 깊어서 명성이 홀로 우뚝했다.”라는 평이 전해 지고 있다. 서동요 설화를 믿는다면 신라 선덕여왕의 조카이자 무열왕의 이종사촌이 된다. 즉위 후 왕권을 강화하고 사형수 외에는 죄인을 방면하는 등 인덕 정치를 베풀었으며 신라의 40여 개의 성을 일거에 함락시키는 전과와 신라 옛 가야지역의 통치 거점인 대야성(경남 합천)을 점령하는 탁월한 군사적 재능이 있었고 외교에도 당과 왜와는 공존과 우애를 유지하고 고구려와는 화합하여 신라에 군사적 압박을 가하는 등 국제관계 흐름을 예리한 감각으로 중흥기를 이끄는 듯 보였다. 그러나 의자왕은 재위 15년에 이르러 정적들이 제거되자, 주색을 탐하기 시작하고 서자庶子 41명을 좌평으로 임명하고 식읍食邑을 내려주는 등 국내정세를 혼탁하게 만들며 급기야 660년 7월에는 신라와 당 동맹군의 협공을 받게 된다. 황산벌에서의 패배로 불리해지자 태자와 웅진성으로 피하였으나 결국 7월 13일에 항복하고 말았다. 9월 3일에 당 소정방이 회군할 때 의자왕은 당으로 압송된 후 4개월 만에 병사하니 당나라 북망산北邙山에 묻혔다. 당 조종은 그에게 ‘금자광록대부위위경’에 추증하고 묘소에 비석을 세워 주었다고 한다. 그는‘삼국사기’ 백제본기 6권 중 의자왕에 대한 기록이 1권을 차지할 만큼 많은 기록을 남겼다.
의자왕에 대한 평가
의자왕은 왕권 강화와 대외 정벌에 관심을 가지고 강력하게 추진한 왕이었다. 그러나 그가 부친인 무왕 대까지 지속되었던 중국과의 우호적 관계를 끊음으로써 당과 신라의 협공으로 멸망의 길을 자초했다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또한 무리한 왕권 강화도 비판받는데, 서자 41명을 좌평으로 앉히는 등 무리한 정책으로 귀족 사회에 충격을 주면서 결국 예식진 같은 매국노에게 이용당해 멸망을 맞이할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에 대한 평가는 애매하다. 역사는 승자의 기록이어서 삼천궁녀 설화처럼 확인되지 않은 일들로 저평가되기도 했지만, 엄청난 명군도 지독한 암군도 아닌 중간 정도의 군주라고 평가되는 것이 알맞을 것이다.
백제의자왕 및 부여 융 설단 사적기 (設壇 事蹟記)
백제왕릉원 왕릉군을 지나 서쪽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소나무로 둘러싸인 나지막한 능선 위에 봉분 두 개가 보인다. 의자왕과 부여 융을 모신 단壇이다. 그 사연을 적은 사적기를 보면 “700년의 백제 종묘사직이 무너지고 의자왕과 태자 부여 융 그리고 문무백관을 포함한 백성 약 만 이천여 명이 당나라로 끌려갔다. 게다가 곧 이역만리 당나라 북망산에 묻히셨으니, 유택을 찾아 제대로 예를 갖출 수 없는 치욕을 당했다. 최근 의자왕 묘 찾기 사업을 펼쳐 1995년에 중국 하남성 낙양시 맹진현에서 의자왕 묘역으로 추정되는 곳을 발견했고 1996년 부여 군과 당나라 수도였던 낙양시는 자매결연을 맺고 1999년에는 부여 융 묘지석 복제품을 기증받았다. 2000년 4월에는 낙양시 북망산에서 의자왕 영토靈土 반혼제를 올리고 영토를 가져와 부여 고란사에 봉안했다가 9월에 능산리 선왕의 능원에 의자왕과 부여 융의 영혼을 위로하고 추념하고자 단을 마련했다. 의자왕과 부여 융을 위아래로 모셔 의자왕의 단에는 주실과 전실로 구성된 석실을 만들고 목관에 영토를 봉안했으며, 출신과 품성, 생애 등을 기록한 지석, 단을 만든 의의와 장지 구입을 기록한 매지권을 넣었다. 부여융의 단은 의자왕의 단을 따랐으며 내부에는 낙양시에서 기증받은 묘지석 복각품을 넣었다. 이는 의자왕이 돌아가신 지 1,340여 년만의 일이었다. 2000년 9월.”이라고 기록되어 있다. 의자왕에게 동정심도 아닌 묘한 아쉬움을 느끼는 것은, 백제는 문화, 예술, 군사 등 모든 면에서 최고의 정점에 있던 어느 날, 혼자서 모든 멸망의 멍에를 지고 갑자기 역사에서 사라져 버렸기 때문일 것이다. 게다가 선왕들과 떨어져 있어 더 그렇게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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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자왕과 부여 융의 단이 조성되어 있다. 소나무 뒤쪽으로는 능산리 고분군(왕릉급)에서 서쪽으로 또 다른 고분군이 모여 있는 것이 보인다. |
http://www.chihak.co.kr/news/19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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