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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재 오
경희 치전원 외래교수
신선로(神仙爐)는 한국의 요리 중 하나이자 궁중음식에 속하는 요리이다. 신선로는 둥근 그릇인 신선로에 고기, 해산물, 채소 등을 잘라서 넣고 소고기 육수를 부어서 끓이는 음식으로 밑바닥에 쇠고기, 무, 생선전, 천엽전, 우간(牛肝)전, 미나리 또는 파를 담고 해삼, 전복을 넣어서 맨 위에 황백, 버섯, 홍고추, 완자, 깐 호두, 볶은 은행 등을, 색조를 맞춰서 아름답게 돌려 담은 음식이다. 한복과 같이 색의 조화와 다채로운 색채, 그리고 신선한 재료의 맛이 각각 느껴져야 하고, 육수를 먹을 때 재료의 맛이 살아 조화를 이루어야 하는 것이 이 요리의 특징이다.
사실 신선로는 색이 화려하고, 특이하게 생긴 조리 기구를 써서 이색적으로 보이기에 한국 홍보 책자나 안내서 등에 표지모델로 자주 등장한다. 신선로는 원래 냄비 이름이었으며, 여기에 끓인 음식을 열구자탕(熱口子湯)이라고 하였다. 별칭으로 '구자탕', '탕구자'라고도 한다.
열구자탕이 등장한 최초의 문헌 기록은 『수문사설(謏聞事說)』(1750년경)에서 찾을 수 있다. 조선 왕실에서는 열구자탕을 끓이는 그릇을 ‘새롭게 만든 화로’라는 뜻인 신설로(新設爐)라 했다. 이 그릇이 『수문사설』이 집필된 당시 시장에서 판매되고 있었다는 것이다.
왕실 문헌에서 처음 열구자탕이 등장하는 것은 『원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1795)이며, 열구자탕(悅口子湯)이라는 찬품으로 등장하여 궁중음식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이후에도 궁중 연회의 전말을 기록한 『자경전진작정례의궤(慈慶殿進爵整禮儀軌)』(1827), 『진연의궤(進宴儀軌)』(1829·1877·1892·1901·1902),『진찬의궤(進饌儀軌)』(1848·1868·1877·1892)등에서 열구자탕(悅口子湯)이 총 10여 회에 걸쳐서 등장하며 식재료와 그 분량에 대해서도 나와 있다. 신설로라는 음식 표기는 『진찬의궤』(1868)에서 면신설로(麵新設爐)라고 하는 열구자탕과 다른, 국수와 닭고기 도가니를 주재료로 하여 만든 면찬품이 올랐다.
사실 특이하게 생긴 신선로 그릇의 유래에 대해서 "해동죽지(海東竹枝)"와 "조선요리학(朝鮮料理學)"이라는 책에서는 정희량(鄭希亮)에게서 유래된 것이라고 한다. 정희량은 은둔 생활 중 가운데 구멍이 뚫린 대접 모양의 그릇을 만들었는데, 이 그릇은 음양의 조화를 이루는 수화기제(水火旣濟), 즉 물과 불의 이치를 활용해 만들어진 것이라 한다. 사람들은 그에게 신선의 기풍이 있다고 해서 이 그릇을 신선로(神仙爐)라 부르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최남선의 조선상식문답에는 신선로가 중국의 훠궈르(火鍋兒)라는 음식에서 온 것이라 했다. 이로 미루어 신설로는 정희량이 만든 것이 아니라 중국에서 한국으로 건너온 것으로 추정한다. 또한 신선로가 중국에서 우리나라로 전래한 정확한 연대는 알 수 없으나 1700년대~1800년대 초에 쓰인 소문사설, 규합총서(閨閤叢書), 임원경제지(林園經濟志), 동국세시기(東國歲時記) 등 여러 책에서 열구자탕(신선로)에 대한 글이 발견되는 것으로 볼 때 최소한 이 시기 이전인 것으로 보인다.
이 열구자탕은 흥부전 중 한 대목 중 “한 녀석이 나오면서 ‘애고 어머니, 우리 열구자탕(悅口子湯)에 국수 말아먹으면.’ " 이란 구절이 있을 정도로 일반 백성들조차도 이 요리를 잘 아는 알려진 음식이었다. 또한 이 열구자탕은 시어도어 루스벨트의 딸이 대한제국에 방문했을 때 고종 황제가 대접한 음식 중 하나로 이후 근대에도 인기가 많은 요리였다. 그러나 일제강점기 시기에는 기존의 신선로가 일제에 의해 일본요리와 변형된 형태를 유지하기도 하였다.
현대에도 신선로는 인기가 있었다. 1959년 아세아재단 한국지부장인 제임스는 언론 인터뷰에“한국 요리 중 신선로는 누구나 좋아해서 그 조리법과 여기 사용되는 그릇들을 미국으로 보냈는데, 아마도 앞으론 신선로가 국제적인 요리가 될지도 모르겠다."라고 얘기했다.
신선로는 독특한 모양과 화려한 색감으로 1980년대부터 한국 요리의 대표로서 여러 한국 요리 홍보 매체에 단골로 등장해 왔다. 특히 1988 서울 올림픽 때는 TV에 신선로 영상이 많이 나왔다.
그러나 정작 신선로는 한국인에게 친숙하게 대중적으로 쉽게 접할 수 있는 요리가 아니다. 또한 집에서 만들어 먹으려 해도 일반 가정집에 신선로 그릇을 갖춰 두고 신선로를 해 먹는 것이 쉽지 않고, 신선로를 파는 식당을 찾기가 쉽지 않다.
수년 전 필자가 맡고 있던 국제 치과연구학회 한국지부(IADR Korean Division) 에서 외국의 학자들을 초청연사로 초대한 일이 있었다. 이분들을 모시고 한국의 정취를 나타내는 식당 ‘서울의 집’에서 정갈하게 차린 궁중 요리(물론 신선로가 상 가운데를 차지하고 있었다.)로 준비된 식사를 즐기면서 곁들여 전통 한국 무용을 보여준 일이 있었다. 차려진 궁중 요리의 맛이 임금님의 수라상에 오를 만큼 별미인지는 (?) 개인적인 느낌에 따라 다르겠지만, 그 자리에 참석했던 외국인들은 물론 우리나라 사람들조차도 그 맛과 분위기에 찬사를 아끼지 않아 뜻깊은 추억이 되었다. 사실 마음만 먹으면 전국에 산재하고 있는 한국의 전통 궁중요리 식당에서 신선로를 포함한 궁중 요리를 즐길 수 있다. 서민의 주머니 사정으로는 만만한 가격이 아니어서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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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chihak.co.kr/news/19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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