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야초지만 비뇨생식기 눈병 간 설사에 놀랄만 한 효능 보여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질경이는 꿀풀목 질경이과에 속하는 여러해 살이 풀로 학명은 Plantago asiatica L.(1753) 이다.
우리는 보통 인생에서 어려움을 이겨내고 살아남는 경우를 ‘잡초 같은 인생’이라고 한다. 그런 잡초 중에서도 끈질긴 생명력은 질경이가 최고다.
질경이는 한자 이름으로 주로 차전(車前)이라고 한다. <본초강목(本草綱目)>에는 ‘이 풀은 도로변이나 말이나 소가 지나간 자리에서 잘 나므로 차전(車前), 당도(當道), 마차(馬舄), 우유(牛遺)라는 이름이 있다’라고 했다. 차(舄) 자는 ‘밟고 지나간 흔적’이라는 의미이며, 앞의 이름들을 보면 마차가 지나간 자리[車前], 사람이 지나는 길[當道], 말이나 소가 밟은 자리[馬舄.牛遺]라는 의미다.
질경이는 줄기가 없다. 잎은 타원 모양인데 뿌리에서 바로 나와 여러 겹 서로 겹쳐져 비스듬히 갈라지며 퍼진다. 그 모양이 방사상이다. 길이가 4∼15cm, 폭이 3∼8cm이며 5개의 나란히맥이 뚜렷하여 주름져 보인다. 가장자리에 물결 모양의 옅은 톱니가 있다. 잎자루는 잎몸과 길이가 비슷할 정도로 길고 밑 부분이 넓어져서 한데 뭉친다. 꽃은 6~8월경 잎 사이에서 곧게 나온 길이 10∼50cm의 꽃자루 끝에 이삭을 이루며 하얗게 무리져 핀다. 열매는 삭과인데, 익으면 가운데 부분이 옆으로 갈라지며 6∼8개의 씨들이 밖으로 튕겨 나가 퍼진다. 씨는 길이가 2mm 정도이고 검은 색이다. 꽃이 피는 시기는 대체로 5~9월이다. 질경이 꽃말은 '발자취'이다.
봄과 여름에는 질경이의 어린순을 캐서 나물로 먹고, 가을에 나는 씨를 햇볕에 말려 약으로 쓴다. 말린 씨를 차전자(車前子)라 하는데, 맛이 달고 성질은 차고 독이 없다. 약으로 사용할 때는 살짝 볶아 갈아서 사용한다. 이뇨 작용이 있고 설사를 멈추게 하며, 간 기능을 활성화시킨다. 잎은 차전(車前)이라 하는데, 역시 이뇨 작용이 있으며 잎사귀로 국을 끓여 먹기도 한다. 질경이씨 껍질은 섬유질이 풍부해 장운동을 활발하게 하고 숙변을 제거하며 변비 치료에 도움을 줄 수 있다.
<향약집성방(鄕藥集成方)>에는 차전자(車前子)가 ‘기롱(氣癃)을 치료하고 통증(痛症)을 멎게 하며 소변(小便)이 잘 나오게 한다’고 했다. 기륭(氣癃)이란 기가 하초(下焦)에 몰리고 습열이 방광에 스며들어 생긴 병증인데 배뇨장애가 동반되는 비뇨생식기의 증상을 포괄적으로 부르는 명칭이다.
질경이씨는 남성의 전립선질환뿐 아니라 여성의 비세균성 방광염 증상에도 좋다. <본초강목>에는 ‘여자가 소변을 찔끔찔끔 보는 것을 치료한다. 소변을 잘 보게 하면서도 기운을 빠지게 하지 않는다’라고 했다. 또한 질경이씨는 요로결석에도 좋다. 질경이씨를 용량에 상관없이 가능한 많은 양을 진하게 해서 달여 먹으면 좋다. 시금치를 비롯한 십자화과 식물들은 옥살산 이온을 많이 포함하고 있어 생으로 먹으면 결석을 만들기 쉽다. 결석이 걱정된다면 질경이씨를 차로 마시면 도움이 될 수 있다.
질경이씨는 눈병에도 좋다. <향약집성방>에는 ‘눈을 밝게 하며 안질로 눈이 붉게 된 증상 등을 치료한다’고 했다. <동의보감>에는 ‘눈을 밝게 하고 간의 풍열(風熱)과 독풍(毒風)이 눈을 쳐서 눈이 충혈되고 아픈 것, 장예(障瞖)를 없앤다’고 했다. 이것은 차전자가 간열(肝熱)을 식혀서 눈병을 치료하는 개념이다.
질경이는 그 자체고 질기고 강할 뿐 아니라 건강에도 이로워 인간의 생명력을 강하게 한다.
차전자가 들어가는 대표적인 환약으로는 주경환(駐景丸)과 오자연종환(五子衍宗丸)이 있다. 주경환은 간(肝)과 신(腎)을 보해서 시력을 좋게 하는 효과가 있고, 오자연종환은 남성 불임을 치료하는 효과가 있다. <향약집성방>에는 ‘질경이씨는 음기(陰氣)를 강화하며 정(精)을 불어나게 하여 자식을 낳게 한다’고 했다.
질경이씨는 간의 기운을 길러준다. <동의보감>에는 ‘간기(肝氣)를 기른다. 씨앗을 가루 내 먹거나 볶아서 달여 먹는다. 또 어린잎을 따서 국을 끓이거나 나물을 무쳐 먹어도 좋다’고 했다. 실제로 질경이씨는 잎과 함께 지방간 개선효과, 간세포 보호 등의 효과가 인정된다.
또한 질경이씨는 여름철 설사에 좋다. <본초강목>에는 ‘소장을, 열을 끌어내고 서습(暑濕, 여름철 습한 기운)으로 인한 설사를 멎게 한다’라고 했다. 여름철이 아니더라도 일반적인 설사에도 소변이 잘 나가면서 특별한 부작용이 없이 설사를 멎게 한다. 또 질경이는 지혈 작용을 한다. <향약집성방>에는 ‘금창(金瘡, 쇠붙이로 다친 상처)을 치료하고 지혈(止血)한다. 코피, 어혈(瘀血), 혈이(血瘕), 하혈(下血), 혈뇨 등을 치료한다’라고 했다. 과거에는 코피가 멎지 않는 증상에 질경이잎을 찧어 낸 즙을 마시기도 했고 장 출혈이 있을 때 질경이 잎을 달여 먹기도 했다.
그야말로 하잘것없이 무심히 지나쳤던 산야초에 불과(?)한 질경이에 이와 같은 놀랄 만한 효능이 있다니 그간 관심없이 지낸 질경이에 대해 미안(?)한 마음이 들기까지 한다. 질경이는 우리나라의 산야에 많이 있고 조금만 발 발품을 팔면 쉽게 구할 수 있다. 그마저도 내키지 않는다면, 요즈음은 home shopping에서 다 손질된 것을 쉽게 구할 수 있다.
질경이는 나물무침, 볶음, 된장국 등으로 약간의 손맛을 더하면 별미로 즐길 수 있다. 질경이가 갖는 달콤한 새로운 맛을 즐겨 보심이 어떨는지요?
http://www.chihak.co.kr/news/19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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