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량의 독은 있지만 심혈관계와 면역강화에 좋아 귀히 여겨져
조 재 오
경희대 치전원 외래교수
능이는 사마귀버섯목 굴뚝버섯과의 식용버섯으로 학명이 Sarcodon imbricatus (L.)P. Karst. 1881 =Hydnum imbricatum L.이며 영어 이름은 Scaly Hedgehog이다. Sarcodon이라는 속명(屬名)은 그리스어로 ‘살로 된 이빨(flesh tooth)’라는 뜻이고 종명(種名) imbricatus라는 이름은 ‘비늘로 덮인’이라는 뜻이다. 능이의 표면이 비늘로 덮여 있고 자실층에 살로 된 이빨 같은 침이 솟아 있다는 뜻이다. 자실체(갓) 가운데가 움푹 들어간 깔때기 또는 나팔꽃 모양을 가지고 있고 갓 표면에 거칠고 커다란 인편이 많이 솟아 있으며 자실층은 약 1cm 길이의 무수한 침이 돋아 있어서 비교적 구별하기 쉬운 버섯이다.
능이는 향이 매우 진해서 향이(香茸, 향버섯)라고도 부른다. 19세기 중엽의 이규경(李圭景)의 <오주연문장전산고(五洲衍文長箋散稿)>에는 ‘본래 이름은 웅이(熊茸)며 방언으로는 능이(能耳)라고 한다.’ 고 기록되어 있는데, 능(能)도 곰이라는 뜻이 있으므로 결국 우리말로 곰버섯이었던 버섯이 한자식으로 웅이 또는 능이로 불리다가 능이로 정착한 듯하다.
능이는 토질, 습도, 온도 등의 생장 환경이 적당해야 자랄 수 있어서 인공적으로 재배하는 것은 불가능하여 아직 양식(養殖)이 되지 않는다. 또한 송이버섯 정도는 아니지만 야생에서 구하기가 어려운 버섯이다. 가을장마가 끝난 후 고온 다습한 기후가 야생의 버섯이 성장할 수 있는 최적의 환경 조건이므로, 능이를 포함하는 야생버섯이 많이 발생한다. 능이는 가을에만 채취할 수 있어서 자연산 능이는 제한된 기간 내에 산지에서만 맛볼 수 있다. 따라서 생 능이는 급속 냉동하거나 말려서 보관한다.
능이는 향이 매우 독특하며, 식감도 다소 강한 편이다. 능이의 향과 맛을 제대로 즐기려면 말리지 않은 능이를 소금물에 데친 뒤 찢어서 한 번 더 살짝 데치는 것이(일명 능이 회) 좋다. 능이는 대부분 탕이나 국의 형태로 먹는데, 능이로 국물을 내면 검은빛 국물이 나온다. 능이의 향이 상당히 강하기 때문에 소량만 넣어도 능이의 향이 국물에 깊게 배어든다. 능이는 백숙, 전골, 전, 영양밥으로 먹을 수 있고 떡국, 만두, 소고기, 볶음, 삼겹살 등과 같이 다양하게 즐길 수 있다.
그러나 능이는 식용버섯이지만 생으로 먹을 때에는 미량의 독소로 인해서 현기증이나 안면 홍조 등의 증상이 올 수 있으니, 어린이나 노인들은 생식해서는 안 된다. 독버섯인 화경솥밭 버섯과도 비슷하므로 주의를 요 하나, 화경솥밭버섯은 느타리처럼 점무늬가 없는 것으로 구별이 된다.
2010년대 이후 한국 인터넷상에 유포된 '일 능이, 이 표고, 삼 송이'라는 설은 ‘거짓 속설’로 한국에서는 능이를 제일 귀한 것으로 쳤고, 표고버섯이 그다음이며, 송이버섯은 둘보다 못한 것으로 여겼다.'는 내용의 ‘유언비어’로 학문적 근거는 없다. 그러나 능이는 한국에서는 독특한 향기가 있고 맛이 좋아 아주 인기 있는 식용버섯이나, 생식하면 위장장애가 있어서 반드시 잘 익혀 먹어야 한다. 옛날부터 민간에서는 고기 먹고 체했을 때 능이를 달여 먹으면 소화에 도움이 된다고 하여 농가에서는 한두 송이 말린 능이를 대들보에 매달아 둘 정도였었다.
능이는 동부 유럽에서도 아주 유명한 식용버섯으로 알려져 있다. 한국에서는 능이가 활엽수 밑에서 자라지만, 북미에서는 미국 서북 태평양 연안과 캐나다 서북부 유콘 지역, 그리고 미국 알래스카에 이르기까지 침엽수 밑에서 돋는다. 미국 동부지역에서도 동북쪽에서 가을에 침엽수 밑에서 돋는다고 하는데 드물다고 한다. 어린 능이의 맛은 순하나, 노균이 되어 가면서 쓴맛을 내기 때문에 미국에서는 한국에서처럼 식용버섯으로 그다지 인기가 높지 않다.
능이에는 26%의 단백질과 필수 아미노산 7종이 들어 있어서 총 43%에 이른다고 한다. 또 고도의 포타시움, 칼슘, 마그네시움 같은 광물질도 풍부하다. 박완희등의 연구로 능이에는 유리 아미노산 23종, 에고스테롤, 지방산 10종 외에도 미량 금속원소 13종과 글리세롤, 마니톨, 글루코스, 트레할로스와 게나 새우 껍질의 주성분인 키틴이 들어 있다고 한다. 또 흑자색 색소인 thelphoric 산과 프로테아제가 들어 있다고 한다.
능이의 약리작용으로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외에도 항균, 항진균, 항염증, 항종양 및 면역 강화 작용이 있다. 능이는 심혈관계 질환이 관련된 염증이나 병변과 용균반(plaque, 溶菌斑=국소병소) 감소작용을 나타낸다. 또 능이 아세톤 추출물은 인체의 백혈병 세포인 HL60 증식 억제작용이 있다는 것이 밝혀 졌는데, 이러한 억제작용의 주성분은 에르고스테롤 페록사이드로 알려졌다. 그 외에도 능이에서 추출한 푸코갈락탄(fucogalactan)이라는 성분은 대식세포(大食細胞)안에서 종양 괴사 인자 알파(TNF-alpha)분비를 유도하여 항종양 작용을 나타낸다.
오래전 필자의 고등학교 동기 산악회 모임 중에 한 악우가 가지고 와서 자랑한 능이 주를 맛보았었고, 수일 전 집 근처 대형 할인점에서 말린 능이를 발견하고, 냉큼 들고 와서 능이 영계백숙을 즐긴 일이 있었다. 능이가 특별히 맛있다(?)는 느낌 보다는 독특한 형태의 천엽씹는 맛과 향을 간직하고 있어 영계와 어우러진 한방 보양식(?)의 진수를 즐길 수 있었다.
http://www.chihak.co.kr/news/191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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