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 산이 숨을 쉰다 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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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4/11/15 치학신문

전시회에서 우리는 무엇을 보는가 - 산이 숨을 쉰다 ①
인문학칼럼

이 흥 우

李興雨齒科院長, 哲博

박 교수가 초대 전시 중인 것은 카톡을 받아 알고 있었지만, 다른 일로 도든갤러리 근처에 갔다가 불쑥 전시장에 들르게 되었다. 오늘 일정이 아니었어도 아마 수일 내 방문했을 것이다. 만나면 반가운 지인인 지라 근황부터 묻고 한담하다가, 입구 쪽 벽에 걸린 그림이 눈에 번쩍 들어왔다. 박 교수 얘기로, 화산 분화구처럼 산 정상에서 하얀 김이 모락모락 나는 것은 바로 산의 숨이란다.
얼마 전 여행했던 일본의 어느 작가 전시가 문득 떠올랐다. 30대 중반의 젊은 작가인데 도쿄에서 공부하고 작업하다, 자연을 찾아 일부러 홋카이도에 가서 살고 있다고 한다. 처음엔 밟으면 움찔 발을 빼던 야생동물의 마른 똥이 이젠 더럽지도 않고 자기 몸처럼 느껴진다는 川村喜一의 자성(自省)을 박 교수에게 얘기해 줬다. 동경도 미술관은 자연과 하나가 되어 땅의 속삭임을 각자의 방식대로 그려내는 다섯 작가의 전시를 기획·전시했다. 倉科光子, 榎本裕一, 후루사카 하루카, 미로코 마치코가 함께 참여했는데, 川村喜一는 야생 사슴 등 자연에 관한 전시 개요와 더불어 벽면에 사진, 바닥에 설치 작품을 전시했다.
도쿄 아티존미술관(artizon museum)에선 <空間과 作品: Place and Piece, 2024.7.27~10.14>이란 전시를 보여주고 있었다. 18세기 마루아마 오쿄(Maruyama Okyo)가 후스마(미닫이문)에 그린 그림을 감상하려고, 한 관람객이 전시용 다다미방에 신발을 벗고 올라간다. 전시실 한 벽면에 재현된 창을 통해, 그 옛날의 햇살처럼 희미한 조명 빛이 들어온다. 그녀가 조용히 무릎을 꿇고 앉아있다가, 조심스레 미닫이문 앞으로 기어서 다가간다. 그리곤 한동안 무언가 찬찬히 바라본다. 물 위를 노니는 오리 세 마리의 날갯짓이다,
영화처럼 이 장면을 말했더니, 대뜸 박 교수도 옛날 홋카이도 어느 미술관에서 보았던 자신의 경험담을 덧붙인다. 동굴 같은 전시장에서 한 사람씩 기어가서 작품을 보고 나온 후에야 잇따라 다음 관람객이 작품을 보고 나오더란다.
종이 창살에 비친 햇살이 다다미방에 걸쳐질 때, 3세기 전 미닫이문의 그림은 어떻게 햇살을 대했을까. 한 모퉁이에 공손하게 서 있는 안내원의 태도가 관람객이 삶을 어찌 대해야 할지 보여주고 있다. 오리의 날갯짓, ‘바라보는 대상’은 어쩌면 그녀의 삶이 될 것이다.
다음 전시실로 건너가니, 기원전 토기, 8세기, 17세기부터 18세기 작품, 19세기 Camille Pissarro와 세잔, 20세기 Monet, Matisse, Klee, 칸딘스키, 피카소, 헨리 무어의 작품이 있었다. 일본 이시바시 재단 컬렉션(Ishibashi Foundation Collection)이 소장한 예술품들이다. 작품을 소중하게 바라보는 것은 작품만이 아니라 자기 삶을 귀하게 대하는 것이라고 기획자는 강조한다. 작품뿐 아니라 모든 대상을 경건하게 바라보도록, 자기 삶을 귀하게 바라보도록 교육하는 것이야말로 예술품을 수집한 목적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후세들이 각자의 삶을 진중하게 바라보는 만큼, 소장자는 뿌듯했을 것이라고 박 교수와 이 관장과 내가 맞장구쳤다.
무언가 미진해 지나쳐온 전시실을 되돌아가 전시 개요를 다시 읽는다. 파리의 어느 은행가가 전쟁으로 망가진 별장을 고치면서 피사로에게 사계(四季)의 그림 제작을 의뢰했다고 기획자는 설명한다. 1891년 옥션에 나온 자신의 그림을 다시 보게 된 피사로가 누군가에게 썼던 편지가 이를 고증(考證)한다.

<다음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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