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 재료로는 최고로 꼽히며 구워먹을 경우 살짝만 구워야
말고기
조 재 오
경희치대 외래교수
말고기는 주로 유목민들이 식용으로 썼다고 알려져 있지만 문화권에 따라 오래전부터 많이 먹어온 고기였다. 유럽에서는 빈민들이 먹는 고기로 인식되었다고는 하지만 프랑스, 벨기에, 스위스, 이탈리아가 말고기의 식용으로 유명하고 아시아에서는 단연 몽골에서 많이 먹었으며, 한국에서도 오래전부터 말고기를 많이 먹었다.
연산군은 정력에 좋다 하여 백마의 음경을 회로 즐겨 먹은 것으로 알려져 있고, 조선시대에 제주도에서 중앙에 바치는 진상품 중 하나가 말고기 육포였다.
허준의 <동의보감(東醫寶鑑)>에는 “말고기는 신경통과 관절염, 빈혈에 효험이 있고 척추질환에도 좋다”고 적혀 있고, 황필수(黃弼秀)가 편찬한 <방약합편(方藥合編)>에도 “말고기는 몸을 차게 해 흥분을 잘하거나 혈압이 높은 사람에게 효능이 있다”고 쓰여 있다.
말고기는 불포화지방산인 팔미톨레산(palmitoleic acid)이 다른 육류보다 2~3배 많고, 단백질과 철분 함량이 풍부하다. 말고기는 쇠고기보다 부드럽고, 지방질이 적으며 고소하고 맛있다.
일제강점기시 일본군은 질 좋은 제주 말고기를 군수용품으로 쓰기 위해 통조림 공장을 세우기도 했었다. 오늘날 일본에서도 말고기 육회 '바사시'(馬刺·しばさし) 등의 말고기 요리가 유명하다.
임진왜란에서 울산성 전투 당시 가토 기요마사(加藤 清正·かとう きよまさ) 휘하의 왜군들이 조명연합군에 고립, 포위되어 있었을 때 군량의 부족으로 군마를 잡아먹기 까지 하였는데 아이러니하게도 가토가 일본에 귀국한 후 그 맛을 잊지 못해 말을 자주 먹기 시작하면서 말고기가 일본에 퍼졌다고 한다. 현재도 가토가 번주로 있던 구마모토(熊本市, くまもとし)가 말고기로 유명하다.
한국에서는 제주도가 말고기로 유명하며. 육회, 불고기, 철판구이, 찜, 조림 등 쇠고기로 만드는 모든 요리가 말고기로도 가능하다. 제주도에는 주로 제주마와 제주산마로 구분을 하고 있으며 제주마는 몽골계 말로 Cold Blood 계통의 말이며 추운 겨울을 보내기 위하여 근내 지방을 축적 마블링이 되어 예부터 즐겨 먹었다. 제주산마는 제주마와 Hot Blood계통의 더러브렛(thoroughbred)등과 교배시킨 말들로 더운 지방의 말들은 근내에 지방을 축적하지 않아 마블링이 잘되지 않는 특성이 있다. 현재 제주도에서 유통되고 있는 말고기는 대부분 제주산마이다.
제주 중문에 있는 한 말고기 음식점은 2011년 세계적 권위의 여행안내서 <미슐랭 가이드(Michelin Guide)>에 맛집으로 소개되기도 했다. 제주에서는 말고기를 육회나 갈비찜, 곰탕, 구이 등 다양한 형태로 먹고 있다.
제주 사람들이 말고기를 먹기 시작한 것은 고려 충렬왕 2년(1276년) 몽골식 목장이 설치되면서부터인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 말에는 말고기를 즐기는 사람들이 너무 많아, 말의 숫자가 줄어들 것을 염려하여 말 도축 금지령이 내려지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제주 목마장에서 매년 말고기 포를 떠서 말린 ‘건마육(乾馬肉)’을 임금에게 진상했다.
현재 한국에서는 여러 군데 대형 마트에서도 말고기를 구입할 수 있는데 이 말고기는 제주도산으로서, 서귀포시축협과 농협에서 공급하는 것이다. 말고기를 가장 맛있게 먹는 방법으로는 익히지 말고 그냥 생으로 먹는 것이다. 말의 지방은 융점이 소고기에 비하여 훨씬 낮기 때문에, 입안에서도 충분히 녹아내려서 육회의 재료로는 최고로 꼽는다. 싱싱한 말고기 육회, 육사시미는 소고기로 만든 육사시미에 비할 바가 아니며, 구워먹을 경우 블루레어 혹은 레어로 살짝만 구워 먹는 것이 좋다고 한다. 말고기는 지방이 적고, 녹는점이 낮기 때문에 오래 구우면 바싹 익은 살코기만 남아 맛이 없다. 말고기 엑기스가 어르신들 무릎관절에 좋다는 속설이 있는데, 실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나 마셔본 사람들은 대부분 무릎이 한결 가벼워지고 통증이 줄었다고 좋아한다.
필자가 경희치대에 담고 있을 시절 교수 연찬회로 제주에 다녀온 일이 있었다. 일정이 끝난 후 제주 민속마을을 들러 보던 중 제주민속에 대해서 강의를 해준다고 해서 일행이 방으로 안내되었다, 필자는 사실 제주에 여러 차례 다녀와서 관광 안내자를 할 정도로 제주를 안다고 내심 생각하기에 방 밖에서 그곳 특산품을 고르고 있었다. 잠시 후 일행이 나오는데. 말뼈를 고운 pack이 들어 있는 shopping bag 을 들고 있었다. 강의는 뒷전이고 제주 말의 뼈가 무릎통증에 좋다는 감언이설에 솔깃하여 ‘정체불명의 명약(?)’을 한 뭉텅이씩 삿던 것이다. 그중에는 미국에서 학위까지 받은 약리학 교수도 끼어 있었으니, 현대의학에 심취한 지성을 마비(?) 시킬 정도의 제주말의 위력(?)이 대단 했구나 ! 하고 감탄했었다.
사실 말고기는 식용으로는 좋은 고기이다. 늙은 말의 고기도 송아지 고기만큼 부드럽고, 약간 단맛도 난다. 하지만 말고기가 광범위하게 식용으로 쓰이지 않은 것은 사회적, 문화적 요인이 크다. 일단 말은 식용으로 대중화하기에는 너무 비싼 가축이다. 한국에는 고기용 비육마의 사육량이 적어 연간 1,500두 가량 도축하고 있으며 고기가 귀하기 때문에 요리를 파는 곳은 제주도가 대부분으로, 제주도 외 육지에서는 전국적으로도 말고기 파는 곳이 손꼽을 정도로 적다. 수요와 공급의 법칙에 따라 말고기 요리 값은 한우 정도로 비싸다.
일전 C통신 판매 회사에서 말고기 유통 광고를 보고 등심 1kg을 구입하여 집에서 다양하게 요리하여 맛을 보았었다. 회사에 따라서 용도 별로 육회용 구이용 찜용등 다양한 부위가 판매되고 있으나. 한우에 버금 갈 정도의 다양한 가격대였다. 실제로 말고기 냄새는 별로 느낄 정도는 아니고 말고기 구이의 식감은 다소 질기고 단맛을 느낄 정도는 아닌 것(?) 같다. 사람에 따른 호 불호가 있을 수 있어 말고기 참맛을 보기에 다시 도전해 보아야 겠다.
http://www.chihak.co.kr/news/196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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