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리 3층석탑(보물)
기 태 석
대전·기태석치과 원장
부여 시가지에서 강 건너 장암면으로 발길을 돌리다 보면 한적한 농가 주택 한 편에 홀로 남아서 옛이야기를 들려줄 것 같은 아담하고 정겨운 탑을 만날 수 있다. 이곳은 탑 이외엔 아무런 사찰 흔적이 남아있지 않지만, 한산사라는 절이 있었던 곳으로 알려져 있다. 석탑을 중심으로 낮은 구릉으로 둘러싸여 있고 탑의 뒤쪽 너머에는 금강이 흐르고 있다.
 |
| 정림사지 오층석탑의 영향을 많이 받은 장하리 삼층석탑은 낮은 구릉 너머에 금강이 흐르고 있다. |
백제 땅이었던 충청도나 전라도에는 정림사지 오층 석탑 양식의 백제계 석탑이 많이 남아있는데 이 탑도 고려시대 만들어진 전형적인 백제계 석탑이다. 높이는 4.85m이고, 계단식 기단으로 지대석을 판석으로 깔고 너비를 좁히며 3단으로 쌓았다. 1층 탑신은 네 귀퉁이에 민흘림 형태의 방형 석주로 모퉁이 기둥(우주)을 세우고 그사이에 긴 판석을 끼워 면을 만들었다. 2층과 3층 탑신석도 같은 방법으로 만들었으나 하나의 통돌로 우주석을 상하 너비가 같게 조각하였다. 각 층의 옥개석은 백제계 석탑 가운데에 가장 얇고 넓다. 1층 옥개석은 4매의 돌로 되어있는데 2층과 3층 옥개석은 하나의 돌로 만들었다. 탑신의 몸돌은 높은데 지붕돌이 너무 넓어 안정감이 없지만, 3층 몸돌에 면석 처리를 위쪽만 조각한 수법은 고도의 예술적 감각이 돋보이는 재치다. 정림사지오층석탑을 모방하였고 조형감각이나 수법에서 조금 모자란다는 생각이지만, 나는 이 탑을 좋아해서 이 근처를 방문할 때마다 꼭 보고 지나친다. 이유는 나로서는 딱히 찾지 못하지만, 외로워 보이는 사람을 만났을 때 정을 주고 싶은 마음이 생기는 것과 같은 이치가 아닐까?
장하리 삼층석탑의 사리장치
1931년에 탑신 1층의 몸돌에서 상아 불상, 목제탑, 다라니경 조각 등이 발견되었으며 1962년 해체 수리할 때 2층에서 지름 7cm, 깊이 12cm로 사리를 두는 공간이 둥근 형태로 발견되었는데 그 안에 사리 41과와 금동제 외호와 은제 내호가 발견되었다.
 |
| 왼쪽부터 1층 몸돌 출토 목제 탑, 상아 불상, 마지막은 2층 몸돌 출토, 사리병(인터넷 자료 국립부여박물관 소장) |
야외 박물관
고적 답사를 다니다 보면, 이처럼 아무것도 없을 것 같은 곳에서 선조들의 발자취를 만날 수 있는데, 이는 좁은 땅덩어리에서 부딪치며 살았던 우리 조상들의 삶의 흔적이고 이런 곳이 곳곳에 남아있어 우리나라 전 국토를 야외 박물관이라고 표현하는 말에 수긍이 간다. 이 탑은 한산사 터라는 역사적 흔적이라도 있지만, 아무런 문헌이나 구전도 없이 들판에 나뒹굴고 있는 돌 조각도 많이 만나게 되는데 거기에도 분명 조상들의 땀이 서려 있어서 그들이 하고 싶은 이야기에 귀 기울여 보는 것, 또한 나름의 훌륭한 고적 답사가 될 것이다.
http://www.chihak.co.kr/news/19808
관련기사
기사에 대한 독자의견
독자의견 (총 0건)
Powered by Newsbuilder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