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식탐구 <209> - 치학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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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25/03/28 치학신문

음식탐구 <209>
한과

정성껏 만드는 특별한 기호식품 궁중과 민가에서 즐겨 먹어

조 재 오

경희 치대 외래교수

한과(韓菓)란 한국의 전통 과자, 또는 한국 요리에 포함되는 여러 과자의 통칭이다. '한국(의) 과자'라는 뜻으로 붙여진 한과는 전문적인 명칭으로는 과정류(菓飣類)라고 한다. 한과는 궁중에서나 민가에서나 즐겨 먹었던 대중적이면서도 특별한 기호식품으로, 재료를 얻는 데서부터 만들어서 상에 올릴 때까지 지극한 정성이 따르는 음식이다. 대표적인 한과의 종류로는 유밀과, 다식, 정과, 과편, 숙실과, 강정이 있다.
우리민족은 삼국시대 때부터 한과를 만들어 먹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신라 신문왕(神文王) 3년(683년) 왕비를 맞이할 때 폐백 품목으로 쌀, 꿀, 기름 등 과자를 만드는데 필요한 재료가 있었던 것으로 미루어 이 시기에 이미 과자류를 만들었음을 추정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불교가 융성했던 통일신라시대부터 차 마시는 풍습이 성행했었고 차에는 자연스럽게 과자가 뒤따른다는 사실로 미루어 이미 고려시대 이전에 과자가 만들어 졌음을 유추할 수 있다.
고려 시대 이후에 불교의 융성으로 차를 마시는 풍속과 이때 함께 하는 과자류 중 특히 유밀과(油蜜果)가 발달되었는데, 이는 중종20년 (1525년) 성현(成俔)의『용재총화(慵齋叢話)』, 1762년 이익(李瀷)의『성호사설(星湖僿說)』, 1819년(순조19년) 정약용(丁若鏞)의『아언각비((雅言覺非)』 ,1870년경 황필수(黃弼秀)의『명물기략(名物紀略)』, 등의 문헌에 잘 나타나 있다.
궁중 일상식의 내용은 1795년 (정조 19년)에 행해졌던 혜경궁 홍씨 진찬연(進饌宴)을 상세히 기록해 놓은『언행을묘정리의궤(園幸乙卯整理儀軌)』를 통해 잘 알 수 있다. 궁중에서는 특별한 행사가 빈번하게 있었는데, 이런 궁중연회 때 왕이 받는 상을 진어상(進御床)이라 하고, 왕과 왕족에게는 많은 가짓수의 음식을 높이 고인 고배상을 올리고, 친척, 명부, 제신등 손님에게는 사찬상을 내린다. 음식에 따라 고이는 높이가 다른데 떡류와 각색당, 연사과, 강정, 다식 등의 과자류와 생과류는 높이 고이고, 숙실과와 각색정과는 이보다 낮게 고인다. 나이 많은 문신들을 위해 국가에서 베풀어주는 기로연(耆老宴)의 잔칫상에는 오미자과편, 오미자쌀강정, 오미자매작과 등이 오르고 중앙에는 유자나 모과로 만든 정과와 과편으로 흥취를 더했다.
우리 조상은 음력 정월대보름 날 음식을 깨물어 소리를 내면 나쁜 귀신이 놀라 달아난다고 믿어 산자나 엿강정을 먹었으며, 이월 중화절은 농사의 시작을 알리는 날로 볶은 콩을 엿에 넣어 콩엿을 만들어 먹었고, 만물이 활기를 띄는 삼월 삼짇날에는 녹두녹말로 과편을 만들어 먹었고, 오미자로 쌀강정이나 매작과에 색을 내었다. 불가의 최대 행사인 초파일은 검정콩을 넣은 콩설기를 해먹었고, 단오는 양기가 가장 왕성한 날로 으깬 앵두를 삶아 녹두 녹말과 꿀을 넣어 과편을 만들어 먹었으며, 유월보름인 유두에는 보리, 밀, 햇것으로 전병을 부쳐 먹었다. 삼복더위가 기승을 부리는 칠월에는 몸을 보신하는 음식을 많이 먹는데, 과자로는 채소에 꿀을 넣어 달게 조린 정과를 건조시킨 건정과를 먹는다. 팔월 한가위에는 햇곡으로 율란, 조란, 밤초, 대추초 같은 숙실과와 정과를 만들어 먹고, 구월 중구(9월 9일)는 양수가 겹친 날로 정과, 모과편을 만들어 먹었다. 시월(상달)은 한해 농사를 마무리하는 달로 집안의 경사나 명절에 쓸 유과바탕을 만들어 말려두거나, 엿을 고아 단지에 담아두었다. 십일월 동짓날엔 팥죽을 쑤어 집안곳곳에 뿌려 나쁜 액을 막았다. 섣달 납일은 일년의 마지막 날로 설맞이 음식이 장만되는 때라 엿강정, 유과, 약과, 다식 등 먹을 것이 가득했다.
혼례에는 사례라 하여 의혼, 납채, 납폐, 친영의 절차가 있는데 납폐에는 유밀과가 빠지지 않는다. 또한 신랑에게 해주는 고배상에는 각색편과 강정, 약과, 산자, 다식, 숙실과, 생실과, 정과 등과 찬품을 차려준다. 그리고 후행이나 상객이 돌아갈 때 가지고 가는 이바지 음식에는 대개 인절미나 절편 등의 떡과 유과를 푸짐하게 담아 보낸다.
또한 제례 상차림에 빠지지 않는 것이 약과와 유과이다. 특히 유밀과를 많이 진설하는데, 그중 약과와 매작과, 강정, 산자등도 많이 쓴다. 그러나 무채색에 가까운 송화다식, 흑임자다식, 쌀 다식만을 올린다.
회갑례 부모가 예순 한 살이 되는 생일에 자손들이 연회를 베풀어 고배상(高排床)을 차리는데 상차림 중에서 가장 화려하고 성대하다. 큰상에는 떡, 과자, 생과, 숙실과와 숙육, 편육류, 전유어, 건어물, 육포 등 여러 가지 찬물들을 높이 쌓아 차리는데 보통 약과, 중박계, 요화과, 숙실과, 정과, 다식 등을 축(祝), 복(福), 수(壽)등의 길상문자를 넣어 고여 올린다.
이와 같이 한과는 궁중에서나 민가에서나 즐겨 먹었던 대중적이면서도 특별한 기호식품으로, 무엇보다 재료를 얻는 데서부터 음식을 만들어 상에 올릴 때까지 지극한 정성이 따르는 음식이다. 농부가 여든 여덟 번의 손길을 주어 탄생한다는 쌀농사 후에, 그러한 귀중한 농산물로 만들어 지는 한과 또한 만드는 과정이 매 과정마다 온갖 정성을 담아 만든다는 점에서는 농사짓는 농부의 마음과 다를 것이 없다.
한과는 재료가 다양하고 만들기가 어렵고 번거롭다. 현재 우리의 식생활이 서구화 되어 서양식 디저트와 양과자의 자극적인 맛에 길들여진 현대인은 화학조미료를 쓰지 않는 한과와는 점점 멀어지게 되었다, 그러나 한과는 서양식 과자와 달리 건강한 천연 농산물을 사용하여 영양 면에서도 우수하며, 방부제를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쉽게 상하지 않는다. 한과는 은은한 단맛과 고소함과 담백함에 있어 한과만의 독특한 모양과 색감은 개성을 좋아하는 젊은 세대에게 이색적으로 다가 오고 있다. 요즈음 한과는 뛰어난 품질과 기존과는 다른 차별화된 맛으로 점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으며 해외로 널리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