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조과정 많은 손기술 요구 상품성 있는 크기 만들기 어려워
조 재 오
경희 치대 외래교수
어란(魚卵)은 물고기의 알을 말 하지만, 우리가 흔이 어란이라고 하는 것은 물고기의 알을 소금을 쳐서 절이거나 말린 가공 식품을 말한다. 보통 숭어나 민어의 알로 만들며, 4~5월에는 숭어로, 7~8월에는 민어의 알을 이용해 만든다. 어란은 젓갈로 만들어 먹기도 한다.
어란은 역사가 긴 음식으로, 다양한 방법으로 세계 여러 지역에서 수천 년 전부터 만들어 져 왔다. 사실 누가 언제부터 어란을 만들어 먹기 시작했는지 정확히 알기는 어렵다. 어란의 역사는 인류가 처음 생선을 먹은 때와 그리 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어란을 이용한 자반은 조선시대 전기까지는 기록을 찾기 힘들지만 중기에는 여러 문헌에 등장한다. 어란이 한국의 수산물 요리 공식 기록에서 최초로 등장하는 것은 1454년 단종 시기에 전라도 나주 영암군의 특산물로 등장한 것이다. 조선시대 어란에 관한 문헌으로는 1670년 <규곤시의방(閨壼是議方)>,1767년 <증보산림경제(增補山林經濟)>,1800년대 말엽 <시의전서(是議全書>, 1670년 <음식디미방;飮食知味方(음식지미방)>에는 연어 알로 어란 만드는 법이 소개되어 있다. (오순덕;조선시대 조반류의 종류에 관한 연구, 한국식생활 문화학회지,2011. 26(3) 참조) 그러나 사실은 세계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한반도에서 어란을 만들어 먹은 것은 문서 기록보다 훨씬 오래전부터 일 것이다,
어란은 제조에 쓰이는 숭어 자체는 비교적 저렴한 생선이지만 숭어의 알이 고가인 데다가 알주머니를 터뜨리지 않고 피와 핏줄을 제거하는 데는 숙련된 기술이 필요하고, 한 달에 가까운 건조과정 등, 갖은 수고와 자잘한 손길이 요구되기 때문에 완성된 어란은 상당히 비싸다. 현대에도 어란의 제조과정에서 많은 부분에 손기술을 요구하고, 상품성이 있는 크기의 어란을 만들기가 어렵기 때문에 비싸다는 인식이 있는 캐비어에 못지않은(?) 가격에 거래되고 있다.
어란의 제조 과정으로는 우선 온전한 상태의 숭어알을 찬물에 살짝 씻는다. 이 때 물에 너무 오래 두면 맛을 잃게 된다. 알 주머니 사이에 끼어있는 핏줄과 핏물을 알주머니가 손상되지 않게 제거한다. 만일 이때 집중하지 않고 알주머니에 깊게 상처를 입힌다면 어란으로 만들 수 없으니 조심스럽게 다루어야 한다. 청주나 다른 좋은 술을 섞어서 소금물로 만들어서 1시간 가량 재워둔다. 그 후 전통 조선간장에 재워둔다. 이후 참기름을 앞뒤로 붓칠해주고, 하루 10시간 정도 말리고, 말리지 않을 때는 나무판이나 나무도마로 눌러서 모양을 잡아주는 과정을 20일에서 한달간 반복한다.
완성된 어란은 복어회나 하몬처럼 최대한 얇게 썰어주는 것이 중요하며, 소주나 양주의 술안주로서 적당하다.
다른 나라에도 유사한 식품이 있는데, 캐비어로 만드는 러시아의 링고또(lingotto), 이탈리아의 보타르가(Bottarga; 참치의 알집을 주재료) 와 일본의 카라스미(唐墨), 대만의 우위즈(烏魚子)가 있다. 일본의 카라스미는 특히 나가사키현이 가장 유명하며 나가사키의 주력 상품이다. 일본 사람들도 카라스미를 얇게 썰어서 청주와 같은 술과 같이 먹는 것을 호사라고 여길정도다.
전남 영암에서 시어머니의 뒤를 이어 70년 넘게 어란을 만든 김광자 명인의 회고에서도 문서보다는 구전이 앞서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명인의 시어머니 때부터 어란을 만들어온 이래 백 년 넘게 어란을 만들어 왔는데, 명인은 문서나 책이 아니라 시어머니에게 직접 설명을 듣고 시연을 통해 어란 만드는 법을 배웠다고 한다. 어란을 만드는 과정은 알이 적당히 밴 생선을 구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미숙하거나 지나치게 성숙한 생선 알은 어란을 만들기에 적당치 않다. 너무 미성숙한 알은 작고 단단하며 특별한 맛이 없고, 산란하기 직전의 알은 너무 물렁물렁하고 쉽게 으깨지며 금방 냄새가 난다고 한다. 남도에서 어란을 만들기 좋은 시기는 참숭어(가숭어)가 통통하게 살이 오르고 알집이 댕댕하게 부풀어 오르는 4~5월이다.
어란 제작자에 따라 제조과정과 방법에 다양한 비법이 전수되고 있다. 지리산에서 어란을 만드는 양재중 요리사에 따르면 피를 제거하지 않으면 비린내가 난다고 한다. 또한 어란이 어느 정도 마르면 앞뒤로 뒤집어가며 참기름을 바른다. 이때 그는 자신만의 방식으로 참기름 대신 문배주를 사용해 어란을 닦아준다고 한다. 이렇게 건조하는 과정에서 다갈색으로 색깔이 진해지고 윤기가 흐르며 감칠맛과 향이 깊어진다고 한다.
어종에 따라 어란의 풍미와 색깔과 식감도 다르다. 갯벌에서 잡은 참숭어를 사용해 만든 어란에서는 갯냄새가 난다. 소금과 간장으로 절인 한국 어란은 일본식 어란보다 맛과 색이 더 진하다. 취향에 따라 진한 맛의 한국 어란을 더 좋아하는 사람도 있고 일본식을 선호하는 사람도 있다. 민어 또는 대구 알로 만든 어란은 숭어 알 어란보다 맛이 순하다.
이렇게 만들어진 어란은 복어 회 뜨듯이 얇게 썰어서 한 조각을 혀 밑에 두고 술 한 모금을 마시고 혀로 어란을 음미하듯이 풀어서 서서히 씹어 먹는다. 어란을 먹는 정성은 하몽의 맛을 보는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짭조롬 하면서도 씹을수록 배어 나오는 고소한 맛은 어느 것과도 비할 수 없다.
이같이 값비싸고 귀한 어란이지만 맑은 어란탕, 어란 은행 꼬치, 어란 잣죽. 어란 봄나물 비빔밥 , 어란 떡 카나페 등을 만들어 귀족풍의 입맛을 마음껏 즐길 수 있다,
http://www.chihak.co.kr/news/19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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