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수복후 곳곳에 북한요원 많아 중공군 참전후엔 피난길
김 영 수
서울대명예교수
9.28 서울 수복이 다가오면서
그래도 눈물이 나오는 것은 약수동 산에서 바라본 서울의 중앙청을 비롯한 곳곳이 불타고 있는 장면이었다. 인민군이 후퇴하면서 불질렀기 때문이라고들 했다. 9월 28일 유엔군과 국군이 서울을 수복했다고 하지만 그전에 이미 한국군과 유엔군은 서울의 여러 곳에 진입해 있었다. 9월 26일에 진입한 국군과 유엔군은 약수동 우리집 대문 앞을 지나 다시 약소동 산쪽으로 일단 후퇴를 하고 있어 왜 후퇴하느냐고 내가 물었더니 야간에 인민군 패잔병들이 공격하는 것을 일단 피했다가 다시 온다는 것이었다. 기록에 의하면 9월 25일 북한군은 개전이래 최대 저항을 했고 유엔군이 서울에 진입하기 며칠전 서울 시내에는 어느쪽도 통제할 수 없는 상태였다.
인민군 식량창고 약탈
우리집 가까운 데에 인민군이 식량을 저장해둔 식량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이것을 동네 사람들은 어떻게 알았는지 이 빈집과도 같은 창고에 침입하여 식량을 탈취해 가기 시작했다. 하도 동네가 소란스러워 나도 가 보았지만 억센 장정들은 두세 포대 자루씩 어깨에 메고가고 사람들을 밀치면서 난폭하게 탈취해 가고 있었으나 나같이 약한 어린이는 접근 할 수도 없어 구경만 했다. 특히 묶어놓은 북어 묶음을 서로 뺏어가려는 굶주린 백성들이 난리가 났다.
그때 갑자기 총소리가 나서 모두 흩어져 도망가기 시작했고 나도 무서워 집으로 도망갔다. 잔여 북한 요원들은 곳곳에 남아 있었던 것으로 보였다. 이것이 공백기의 서울의 모습의 한 장면이었다. 집으로 가 숨어 있는데 담장밖에서 어떤 남자의 목소리가 들렸다. “국가의 재산을 훔치는 놈은 죽어야 한다.”라고 이 사람은 누구였을까?
신라호텔을 끼고 강남으로 가는 길 촤측에는 지금의 남산2호터널 입구가 맞닿는 곳에는 상당한 높이의 절벽이 형성돼 있었다. 그곳에는 핏자국 같은 것이 얼룩져 있었는데 사람들은 인민군이 반동분자 등을 총살하는 곳이었다고 했다는 소문이 있었다.
나는 초등학교 4학년 학생이었지만 그 근처 땅을 파면 총알이던지 뭔가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들어 친구와 함께 팠더니 거기에서 총알이 몇 개 나와 돌멩이로 머리를 두들겨 화약은 불꽃놀이로 쓰고 새 총알을 받침대위에 올려놓고 그 밑에 불을 질러 총알이 폭발하는 것을 보고 싶었다. 총알이 굉음을 내고 터져 나가고 죽을 뻔한 위험을 경험했던 철없고 호기심 많은 시절의 경험도 6.25 때문이었다.
세계의 전후 유물의 하나가 지뢰와 같은 은폐 폭발물이다. 철없이 호기심만으로 위험한 장난을 한 것이다.
1.4 후퇴 피난길
1950년 10월 국군은 38선을 돌파하고 북진을 시작하고 10월말 국군과 유엔군이 평양을 일부 진입하자 100만 중공군의 참전이 시작되어 전세는 기울기 시작했다. 유엔군은 장진호, 흥남에서 철수하고 1월4일 유엔군이 서울을 철수하게 되었다. 2월초 중공군이 서울 침투하여 시가전도 벌어졌다.
우리 가족은 가능한한 서울에 머물러 있다가 어쭐수 없을때에는 그때 피난가기로 해서 피난이 늦어졌다. 한번 경험한 인공치하를 다시 당할 수는 없어 조부님은 친척과 미리 트럭 한 대를 준비해 두었다. 신의주에서 월남할 때 친척의 중형어선 한척을 빌려 이사짐을 충분이 가져올수 있었던 경험을 되살리신 것 같다. 두 식구가 같이 트럭에 짐을 싣고 그위에 올라 앉아 이불을 뒤집어쓰고 눈과 바람을 막으며 국도를 달려 우선 대전으로 향했다. 이번 피난길에는 서울시민 30만명이 얼어붙은 한강을 도보로 건너 갔다. 그런데 대전에 도착하니 검문소에서 국군과 미군 헌병이 길을 막고 군사 작전도로로 사용해서 민간인은 통행이 안된다고 했다. 마침 도중에 장도영 장군댁 할머니 한분을 도중에 승차시켜서 통과 시켜 줄줄 알았는데 헌병은 어딘가 전화를 하더니 그분은 내리게하고 별도로 모실테니 부산으로 가고 싶으면 호남을 거쳐 광주 진해 마산으로 돌아 가라는 것이다.
우리는 할수 없어 일단 대전 미군부대 근처에서 머물면서 전황을 살펴보다가 정하기로해 한달 가량 전세를 들었다. 1월8일에는 중공군이 오산까지 진입한 상황에서 맥아더 장군이 해임되고 호남지역을 돌아서라도 부산으로 가려고 또다시 트럭을 타고 논산, 강경, 공주 등을 지나 민박을 하면서 광주에 도착하니, 그곳은 전쟁의 그림자도 보이지 않았다. 일가분은 차를 주인에게 돌려드려야 해서 먼저 돌아 가기로 하고 우리가족은 광주에서 싼 셋집을 얻어 장기체류에 들어갔다. 서석동이라는 철로변 동네였다.
http://www.chihak.co.kr/news/19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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