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요에 의해 데려왔지만 쓸모 없으면 내치는 이치
주위 사람들에게 이용가치가 많은 사람 되고싶어
김 재 영
서울 혜정치과 원장
‘토사구팽’이라는 사자성어는 산의 토끼를 다 잡으면, 사냥개를 버린다(삶아 먹는다)는 한자 단어다. 대개 정권 초창기에 많이 나도는 단어로 많이 들어보았을 것이다.
즉 필요에 의해서 데려왔지만 쓸모가 없어지면 가차없이 내친다는 뜻으로 그 유래는 초한지로 거슬러 올라간다.
초나라로 거슬러 올라가면 진나라가 분해되고 나머지 두 나라인 초나라와 한나라가 치열하게 싸우게 된다. 결국 한나라 유방이 승리를 해서 한이라는 통일된 국가를 세운다.
한고조 유방이 한신을 대장군으로 삼아, 항우를 이기고, 한나라의 황제가 된 후, 제나라의 왕이던 한신이 껄끄러워 죽이는데, 죽기 전에 한신이 한 이야기다. 한신이라는 사람은 일반 병사의 말단직으로 미천한 신분이라 항우가 중용하지 않았다.
그러다 유방의 휘하로 들어와 능력을 발휘하면서 주변 국가들을 점령하는 데 큰 힘을 준다.
하지만 한신은 결국 유방이 황제가 되면서 압송당하게 된다. 이때 한신의 한마디가 토사구팽됐다는 것이다.
위의 이야기는 이용가치가 떨어지면, 버린다는 지극히 평범한 인간사의 진리를 이야기하고 있다.
필자가 위의 고사 성어에서 얻은 교훈은, 나의 이용가치가 없어지면, 버림을 받기 전에 떠나라는 것이다.
요즘말로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과 비슷하다.
서부영화에서 주인공이 마을을 악당으로부터 구한 뒤, 말없이 떠나는 장면이나, 이순신 장군이 임진왜란 때 나라를 구한 후 장렬히 전사하여 만고에 이름을 남긴 것 등이 위의 교훈을 말해준다.
만일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살았다면? 아마 정치적으로 위기감을 느낀 선조에게 역적 누명을 쓰고 사형을 당했을 것이고, 마을을 구한 영웅 총잡이가 떠나지 않고 마을의 여주인공과 결혼해 살았다면…. 아마도 뒤끝이 좋지는 않았을 것이다.
오래전에 대한치과의사협회 회장선거를 통해 협회 부회장 3년 임기를 두 번하여 6년간 치과계를 위해 봉사 한 적이 있었다. 이때 주변의 친구들이 “너는 정치적인 사람이 못되니 이용만 당할 것 같다”하며 조심하라고 충고한 적이 있다.
과연 6년간 부회장만 두 번하고 여러 가지 사정으로 협회장 출마도 못하게 되어 그 동안 정치적으로는 이용만 당한 것처럼 되었다.
필자는 이용만 당해도 좋다는 생각을 한다. 필자가 정치적인 욕심이 있어서, 협회 부회장이 된 것이 아니고 후배들과 치과계를 위하여 한사람의 치과의사로서 그동안 봉사한 것이고 필자가 좋아서 한 것이기 때문에 별로 억울한 것도 없이 다시 한 명의 개업 치과 의사의 본업으로 돌아와 편하게 지낼 수 있었다.
초한지를 보면 유방이 천하통일을 하여 한나라를 세운 후 한신은 제나라의 왕으로 남아 토사구팽을 당했지만, 현명한 장량은 전쟁이 끝나자, 미련 없이 유방을 떠나 초야에 은거해 남은 여생을 잘 살았다.
필자 역시 나의 이용 가치가 없는 곳에서는 미련 없이 떠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또한 필자가 그동안 남의 부탁을 잘 거절하지 못하고, 친구를 좋아하여 여러 사람에게 이용당했지만(?), 그것은 필자가 이용가치(usefull)가 있어 필자를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었다는 이야기가 되기 때문에 내게는 오히려 고마운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동안 많은 사람에게 이용당하고 시간적 금전적으로 손해를 본 적도 더러 있다는 생각이 들지만 아직도 필자가 잘 살고 있으니 억울하게 생각하지 않는다.
오죽 힘들면 그러한 행동을 했을까하는 동정이 앞선다.
현재도 필자가 살아있는 동안은 가족 친지들에게, 이가 아픈 환자에게, 주위 친구들에게 등 여러 분야에서 이용가치가 많은 사람이 되고 싶다.
오히려 필자가 이용가치가 없어서 아무도 필자를 찾는 사람이 없어지지 않을까하고 괜한 걱정을 해본다.
http://www.chihak.co.kr/news/7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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